육아와 남편 뒷바라지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혜림, 연극배우지만 오랫동안 연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속에 무대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 그녀와 다르게 극단 선배로 만나 결혼한 남편 덕주는 꾸준히 커리어를 쌓으며 주연급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혜림은 일류 연출가와 작업하게 되었다는 극단 선배 현주의 전화를 받는다. 전날 과음한 덕주를 태우고 남편의 다음 작품을 위한 미팅 장소까지 운전을 해주는 혜림의 마음은 복잡하다. 미팅 장소에 따라 들어간 혜림은 덕주에게 연출가와 덕주의 상대 배우 앞에서 무시를 당한다. 둘째 해솔을 안고 멀찍이 떨어져 세 남자의 회의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혜림은 정해지지 않은 여배우 배역에 귀가 솔깃하여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이 해보겠다고 말해버린다. 당황한 두 남자와 더 당황스럽고 곤란한 덕주. 화가 난 덕주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미쳤냐며 혜림을 몰아붙인다. 덕주의 심한 말에 발끈한 혜림도 가슴에 담아뒀던 말을 쏟아내며 격렬하게 맞받아친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우며 아깐 말이 심했다고 사과를 건네는 덕주의 말을 막으며 혜림은 공연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동안 아이들은 덕주가 맡으라며. 거실로 나와 분한 마음을 삭이며 맥주를 들이켜던 혜림은 건조대에 걸려있는 마른 빨래들을 발견하고 마음이 복받친다. 하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빨래를 걷기 시작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 옆에 홀로 앉아 조용히 빨래를 개는 혜림의 뒷모습 보인다.